돼지털처럼 굵고 꼬불거리는 머리카락, 왜 몇 가닥씩 생길까?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손끝에 뭔가 걸릴 때가 있어요. 잡아서 빼보면 유독 굵고 뻣뻣한 한 가닥이 파마라도 한 것처럼 배배 꼬여 있어요. 나머지 머리는 다 얌전히 곧은데 이 한 가닥만 혼자 다르게 생겼죠. 흔히 '돼지털'이라고 부르는 그 머리카락이에요.

이런 걸 발견하면 드는 생각은 대체로 비슷해요. 이게 왜 생겼을까, 상한 머리인가, 뽑아도 되나, 혹시 탈모 신호는 아닐까. 하나씩 정리해볼게요.

곧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굵고 꼬불거리는 한 가닥을 손가락으로 확인하는 모습

머리카락 모양은 모낭이 정해요

케이크에 크림을 짤 때 쓰는 깍지를 떠올려 보세요. 둥근 깍지를 끼우면 둥근 크림이 나오고, 별 모양 깍지를 끼우면 별 모양 크림이 나와요. 크림 반죽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나오는 구멍의 모양이 다른 거죠.

머리카락도 비슷해요. 머리카락은 두피 속 모낭이라는 주머니에서 만들어져 밀려 나오는데, 이 모낭이 곧게 뻗어 있으면 단면이 둥근 곧은 머리가 나오고, 모낭 자체가 휘어 있으면 단면이 납작한 곱슬머리가 나와요. 곱슬머리인 사람의 두피 조직을 들여다본 연구를 보면, 모낭이 골프채처럼 굽어 있고 좌우 두께도 서로 다르게 어긋나 있는 모습이 확인돼요.

여기에 하나가 더 있어요. 모낭 뿌리 쪽에서는 세포가 쉴 새 없이 만들어지면서 머리카락을 위로 밀어 올리는데, 곱슬을 만드는 모낭에서는 이 세포 생산이 한쪽에 치우쳐 있어요. 자동차 좌우 바퀴가 다른 속도로 돌면 차가 저절로 한쪽으로 도는 것처럼, 한쪽이 더 빨리 자라면 머리카락은 굳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휘어져요.

중요한 건 두피가 하나의 큰 공장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머리에는 십만 개 안팎의 모낭이 있고, 이건 십만 개의 작은 공장이 각자 돌아가는 것과 같아요. 설비가 전부 똑같이 세팅되어 있을 이유는 없죠. 그중 몇 개가 조금 더 굵고 조금 더 휜 결과물을 내놓는 건, 사람 머리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곧은 모낭과 휘어진 모낭에서 서로 다른 모양의 머리카락이 자라는 과정을 비교한 그림

그럼 상한 머리는 아닌 걸까요

손상은 머리카락이 다 만들어진 다음에 바깥에서 생기는 일이에요. 열, 염색, 마찰, 시간 같은 것들이죠. 그래서 손상된 머리는 자란 지 오래된 중간부터 끝으로 갈수록 상태가 나빠져요. 갈라지고, 가늘어지고, 색이 밝아지고, 힘이 없어요.

반면 여기서 말하는 '돼지털'은 두피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굵고 탄력이 있어요. 오래 입어서 소매 끝이 해진 옷과, 애초에 다른 원단으로 짠 옷의 차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워요. 손상은 나중에 생긴 흠이고, 이건 만들어질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거예요.

다만 눈으로 딱 갈라지지는 않아요. 심하게 상한 모발도 부스스하게 일어나면서 꼬불거려 보일 수 있고, 원래 굵은 모발이 손상까지 겹치면 더 뻣뻣하게 느껴져요. 손끝 감각만으로 확실히 나누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요.

예전엔 없었는데 요즘 보인다면

머리카락 질감이 평생 그대로인 건 아니에요. 나이가 들면서 곱슬기가 생겼다는 분도 있고, 반대로 곱슬이 풀리면서 힘이 없어졌다는 분도 있어요. 왜 그런지는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관련 연구도 많지 않은 편이에요.

새치가 섞이기 시작하는 시기도 겹쳐요. 흰머리가 유독 뻣뻣하고 제멋대로 뻗친다는 이야기는 미용 현장에서 아주 흔하게 나오는데, 색소가 빠진 모발은 표면과 성질이 달라진다는 설명이 있긴 하지만 그 이유가 명확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에요. 그러니 "새치라서 무조건 굵어진다"보다는, 그런 경향이 자주 관찰된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해요.

뽑아도 될까요

미용실에서도 그 한 가닥을 손가락으로 집어 보이면서 "이것 좀 뽑아주세요" 하는 분들이 있어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요. 눈에 계속 거슬리니까요.

한두 번 뽑는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아요. 그런데 뽑는 걸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아요. 앞에서 본 것처럼 머리카락의 굵기와 모양을 정하는 건 모낭이에요. 크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짜놓은 크림만 걷어내도 깍지는 그대로예요.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머리카락이 다시 올라와요. 뽑으면 다음엔 곧게 난다는 이야기에는 근거가 없어요.

뿌리부터 굵고 꼬불한 머리카락과 끝부분이 손상된 머리카락의 차이를 비교한 그림

오히려 같은 자리를 계속 뽑는 습관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뽑을 때마다 그 부위에 자극과 염증이 생기고, 새로 나오던 머리카락이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뾰루지처럼 부어오르기도 해요. 이런 일이 오랜 기간 반복되면 모낭이 상해서 그 자리에 머리가 잘 나지 않게 될 수도 있어요.

더 나은 방법은 간단해요. 눈썹가위나 작은 가위로 뿌리 가까이 짧게 잘라내는 거예요. 티도 덜 나고, 두피에 부담도 없어요.

혼자 판단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경우

머리를 만지다 굵고 꼬불한 한두 가닥이 잡히는 건 흔한 일이고, 그 자체를 탈모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볼 이유는 없어요. 이 부분은 분명히 해두고 싶어요.

다만 좀 다른 경우가 하나 있어요. 앞머리나 관자놀이처럼 한 부위에서 여러 가닥이 같이, 예전보다 짧고 굵고 심하게 꼬불거리는 쪽으로 계속 변해가는 게 눈에 띄게 이어지는 상황이에요. 의학 문헌에는 이런 변화가 '후천성 진행성 축모'라는 이름으로 보고돼 있어요. 다만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 자체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드문 경우이고, 남성형 탈모와 어떤 관계인지도 아직 논의가 이어지는 중이에요.

이건 혼자 확인해 보시라고 드리는 기준이 아니에요. 거울과 손끝만으로는 알기 어렵고, 확대해서 두피와 모발 상태를 직접 봐야 하는 부분이에요. 한 부위에서 계속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인터넷에서 답을 찾기보다 피부과에서 한 번 보는 편이 훨씬 빨라요.

정리하면

유독 굵고 꼬불거리는 그 한 가닥은, 대개 그 자리의 모낭이 그렇게 만들어낸 하나의 머리카락이에요. 잘못 자란 것도, 상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에요. 십만 개의 작은 공장이 저마다 돌아가다 보면 몇 개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조금 시시하지만 정확한 이유예요.

거슬리면 짧게 잘라내면 되고, 그것 말고 따로 해야 할 관리는 없어요.

이 글은 두피와 모발에 대한 일반 정보입니다.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이어지거나 걱정되는 변화가 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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