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가 다시 검게 자랄 수 있을까? 한 가닥 안의 두 가지 색
새치를 한 가닥 뽑아서 무심코 창가 쪽으로 들어봤는데, 끝부분은 하얗고 뿌리 쪽은 다시 까매요. 한 가닥 안에 색이 두 개예요. 잘못 봤나 싶어 각도를 바꿔봐도 경계가 그대로 보여요.
이런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대개 셋 중 하나로 생각이 흘러가요. 착각이거나, 예전 염색 흔적이거나, 아니면 정말로 흰머리가 다시 검어진 것이거나. 결론부터 말하면 세 번째가 실제로 관찰된 적이 있어요. 다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절반만 아는 셈이에요.
머리카락은 나이테처럼 읽어요
먼저 방향을 잡아야 해요. 나무를 자르면 나이테가 나오죠. 가운데가 가장 오래된 시절이고 바깥이 최근이에요. 머리카락도 똑같은 방식으로 읽어요. 끝부분은 오래전에 만들어져 이미 밀려 나온 부분이고, 두피에 붙어 있는 뿌리 쪽이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부분이에요.
머리카락은 한 달에 대략 1cm 정도 자라니까, 뿌리에서 3cm 떨어진 지점은 대충 석 달 전의 기록인 셈이에요.
이 방향을 알고 나면 두 가지 색 머리카락이 다르게 보여요. 끝이 검고 뿌리가 흰 머리카락은 "예전엔 검었는데 최근에 색이 빠졌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끝이 희고 뿌리가 검은 머리카락은 "한동안 하얗게 나오다가 최근에 다시 색이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돼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게 후자라면, 그 모낭에서 실제로 뭔가가 되돌아온 거예요.
실제로 관찰된 현상이에요
2021년에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이 현상을 정면으로 다룬 논문을 냈어요. 머리카락을 고해상도로 스캔해서 길이 방향으로 밝기를 수치화하는 방법을 만들고, 건강한 성인 14명에게서 모은 397가닥을 분석했어요.
결과는 분명했어요. 흰머리가 자연적으로 다시 색을 회복한 사례가 성별, 나이, 인종을 가리지 않고 확인됐어요. 아홉 살 아이부터 30대 후반까지 있었고, 두피만이 아니라 수염 같은 다른 부위에서도 관찰됐어요. 어떤 머리카락은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갔다가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오는 세 구간이 한 가닥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색소를 만드는 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경우와, 기능이 떨어졌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경우는 달라요. 공장에 비유하면 페인트 라인이 잠깐 멈춘 것과 라인 자체가 철거된 것의 차이예요. 멈춰 있는 거라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거죠.
다만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붙어요. 연구진 스스로 이 현상이 드문, 고립된 일부 모낭에 국한된다고 못 박았어요. 2년 반 동안 참가자를 모집해서 겨우 14명을 찾았을 정도예요. 흔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럼 스트레스만 줄이면 될까요
이 연구가 화제가 된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어요.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지난 1년간의 스트레스를 시간축 위에 표시하게 한 뒤, 그 그래프를 머리카락의 색 변화 위치와 겹쳐봤어요.
한 30대 남성은 두피에서 나온 두 가지 색 머리카락 다섯 가닥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색을 회복했는데, 그 시점이 2주간 휴가를 다녀온 뒤 1년 중 스트레스가 가장 낮았던 한 달과 겹쳤어요. 다른 참가자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두 달 동안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다가, 그 시기가 지나자 색이 완전히 돌아왔고요.
딱 떨어지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줄이면 흰머리가 검어진다"는 기사 제목이 여기서 나왔어요. 그런데 이 결론에는 몇 가지가 빠져 있어요.
우선 이건 시간이 겹쳤다는 관찰이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증명한 실험이 아니에요. 사례 수도 손에 꼽을 정도고요. 논문을 검토한 연구자들도 이 결과가 아직은 상관관계 수준이라고 짚었어요.
더 결정적인 건 연구진이 함께 내놓은 모델이에요. 이 모델의 핵심은 문턱이라는 개념이에요. 모낭마다 흰머리가 되는 경계선이 있는데, 그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모낭만 상황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넘나들 수 있다는 거예요.
기온이 0도 근처인 물웅덩이를 떠올려 보세요. 조금 추워지면 얼고 조금 풀리면 녹아요. 하지만 한겨울에 꽝꽝 얼어붙은 호수는 하루 따뜻하다고 녹지 않죠. 흰머리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오래전에 경계선을 한참 넘어간 모낭은 스트레스가 사라져도 돌아오지 않아요. 반대로 아직 경계선에서 멀리 떨어진 어린아이의 모낭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흰머리가 되지 않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흰머리가 무조건 영구적이라는 통념은 완전히 맞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미 자리 잡은 새치를 생활습관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 근거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앞서 나간 결론이에요.
착각일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해요
끝쪽이 밝은 머리카락 자체는 아주 흔해요. 끝부분은 만들어진 지 오래돼서 햇빛, 마찰, 세정, 열기구를 그만큼 오래 견뎠어요. 그래서 색이 서서히 옅어져요.
이건 색이 돌아온 것과는 결이 달라요. 손상으로 옅어진 건 뿌리에서 끝으로 갈수록 서서히 밝아지는 그라데이션에 가깝고, 색이 돌아온 경우는 흰 구간과 검은 구간의 경계가 비교적 또렷한 편이에요. 물론 눈으로 늘 깔끔하게 갈리지는 않아요.
염색을 했던 머리라면 판단은 더 어려워져요. 염색모는 시간이 지나면 색이 빠지고 끝쪽부터 밝아지거든요.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도 염색이나 탈색을 한 사람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했어요.
되돌리는 방법이 있느냐면
없어요. 정확히는, 이미 흰색이 된 머리카락을 원래 색으로 되돌리는 확립된 방법은 지금으로선 없어요.
약물 복용이나 영양 결핍 교정 이후에 머리카락 색이 돌아온 사례가 의학 문헌에 보고되어 있긴 해요. 하지만 이건 특정 상황에서 벌어진 개별 사례 보고이지, 새치를 되돌리는 치료법으로 쓰이는 게 아니에요. 영양제나 특정 음식, 두피 관리로 새치를 검게 되돌린다는 주장 역시 이 연구가 뒷받침해주지 않고요.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염색이나 커버 제품 쪽이에요. 다만 흰머리는 색소만 빠진 게 아니라 질감과 굵기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검은 머리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 염색이 잘 안 먹거나 부스스하게 뻗치기 쉬워요. 되돌리는 데 힘을 쓰기보다 달라진 성질에 맞게 관리하는 편이 현실적이에요.
그래서 그 한 가닥은
착각이 아닐 수 있어요. 사람 머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고, 사진과 데이터로 기록된 현상이에요.
다만 그건 십만 개 남짓한 모낭 중 경계선에 걸쳐 있던 하나가 잠시 방향을 바꾼 기록이지, 머리 전체가 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는 아니에요. 흥미롭게 들여다볼 만한 한 가닥이면 충분해요.
이 글은 두피와 모발에 대한 일반 정보입니다.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갑작스러운 모발 색 변화나 탈모처럼 걱정되는 변화가 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